후루룩 넘어가는 부드러운 목 넘김과 쫄깃한 식감. 입맛 없을 때 국수만큼 좋은 음식이 또 있을까. 문제는 국수의 주재료가 되는 밀가루다. 도정을 거치며 정제 탄수화물로 변한 밀은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물론, 대사증후군과 성인병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는데… 그래도 국수를 못 끊겠다면 밀가루 면 대신 ‘이것’은 어떨까? 건강 걱정 없이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곡물 면을 소개한다.
밀은 사실 잘못이 없다?
밀가루가 되는 과정에서 통밀의 유익함은 사라져요
사실 밀은 잘못이 없다. 수확 후 도정하지 않고 겉껍질만을 벗겨낸 통밀은 식이섬유와 비타민, 철, 아연 등이 풍부해 변비, 대장암, 직장암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화 방지에 좋은 폴리페놀(Polyphenol) 성분도 풍부하고, 혈당조절 효과까지 있어 혈압의 상승을 막고, 당뇨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가공 이후다. 희고 고운 ‘가루’가 되는 과정에서 풍부하던 영양소는 대부분 깎여 나가고 되레 열량은 높아진다. 밀가루는 국수, 빵, 라면 등으로 재가공되는데, 이 과정에서 소금, 설탕 등 각종 첨가물이 더해지고, 이로 인해 당지수(GI)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체내 당 흡수 속도를 높인다. 빠른 당 흡수는 공복감을 쉽게 느끼게 해 과식을 유발하고, 당뇨병에도 당연히 치명적이다.
‘좋아하는 음식’이라고요? 탄수화물 중독을 의심해요
√ 밀가루 식품을 자제하라는 것은 중독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밀가루 음식을 끊지 못하는 것을 두고 대개는 ‘좋아하는 음식이라서’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 역시도 중독 증상이다. 정확히는 탄수화물 중독 증상인데, 곡류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글루텐(Gluten)이 체내에 들어가면 장 내 세균과 만나 에소루핀(Exorphine)이란 성분으로 변하고, 이 성분이 뇌를 자극해 계속 밀가루 음식이 생각나게 만드는 것.
√ 밀가루가 문제가 있는 것일 뿐, 탄수화물 자체는 신진대사의 기초적인 에너지원으로서 반드시 섭취해야 할 영양소다. 이에 무작정 탄수화물 섭취를 참기보다는 ‘좋은 탄수화물’로 바꿔서 적당한 양을 섭취할 것을 권한다.
‘좋은 탄수화물’을 품은 곡물 면
#혈관 건강과 다이어트에 효과적! 현미 면
면발에 힘이 있어 쫄깃하고 고소하다. 현미는 쌀겨와 쌀눈이 살아 있는 곡물로 백미보다 비타민 E가 4배나 많다고. 혈관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데, 동맥 경화에 도움을 주는 토코트리에놀(Tocotrienol), 고혈압·뇌졸중 같은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렌산(Linoleic acid)이 풍부하다. 혈액 내 산소를 운반하는 기능과 더불어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옥타코사놀(Octacosanol)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포만감.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줘 다이어트식으로도 그만이다.
Cooking Tip
현미 면은 끓는 과정에서 잘 달라붙어 저어가며 삶아야 한다. 물에 면을 넣고 약 5~8분간 저어가며 삶은 다음 불을 끄고 5분 정도 두었다가 찬물에 헹궈 조리한다.
#쌀보다 낮은 당지수, 쌀국수 면
베트남 쌀국수 재료로 쓰이는 쌀면의 가장 큰 장점은 소화력이다. 쌀이 주재료이다 보니 소화가 잘 안돼 면 요리를 먹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낮은 당지수도 장점이다. 우리나라 쌀로 지은 쌀밥의 당지수는 86인데 반해 쌀국수 면의 당지수는 61에 불과하다.
국물요리에 쓸 재료라면 3㎜를, 볶음용이라면 5㎜ 이상의 면을 선택한다. 재스민 쌀로 가공한 면은 다른 품종 면에 비해 당지수가 높다고 하니 참고하자.
#변비가 있다면! 보리 면
보리는 식이섬유 함유가 높은 대표적인 식품이다. 특히 식이섬유의 일종인 베타글루칸(β-glucan)이 곡류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물질은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흡수를 저해해 심장질환을 예방한다. 이 밖에도 인, 아연, 엽산이 풍부하고, 에너지 생산에 필수적인 비타민 B 함량도 높다. 또 음식을 통해 섭취된 지방산, 콜레스테롤, 중금속은 물론이고, 니트로소아민(Nitrosoamine) 같은 발암성 물질을 배출하는데도 효과적이다. 단, 소화장애가 있는 사람은 설사를 유발할 수 있어 권하지 않는다.
보리면은 너무 오래 끓이면 퍼진다. 그러니 끓는 물에 면을 넣고 2~3분간 짧게 끓여 낼 것. 끓여 낸 면을 헹구지 않고 조리하면 일반 칼국수와 같은 국물의 느낌이, 물에 헹군 후 조리하면 맑은 국물을 즐길 수 있으니 기호에 맞게 선택할 것.
#우유나 달걀과 함께! 옥수수 면
옥수수에는 리놀렌산과 토코페롤(Tocopherol)이 함유되어 있어 혈관을 깨끗이 청소해 주는 것은 물론, 노화 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식이섬유도 풍부해 변비와 직장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다이어트에도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단,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소화가 잘 안되어 설사나 피부염 등이 나타날 수 있으니 옥수수 면으로 하는 원푸드 다이어트는 피할 것.
옥수수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반면 필수아미노산, 비타민과 무기질 등은 부족하다. 이에 이 세 가지 영양소가 모두 풍부한 우유나 달걀 등과 함께 먹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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