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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라면 리뷰

  • 2021.03.26


단종되었던 추억의 라면이 레트로 열풍과 함께 우루루 부활했다.

새로 나온 라면들도 맛있지만, 라면만큼은 구관이 명관일지도 모른다.

시대를 거슬러 다시 돌아온 그때 그 라면들

X세대 출신 아버지밀레니얼 세대인 아들이 함께 먹어보았다.

같은 밥상의 밥맛에 길들여진 두 남자의 입맛임에도 세대별 관점이 흥미롭다.


삼양라면 골드



총내용량 120g 열량 530kcal 가격 약 850


아버지 삼양라면 골드가 단종된 사실도 몰랐다. 그냥 포장지만 바뀐 줄 알았다. 과연 끓여서 맛을 보니 단박에 해물 맛이다. 눈에 띄는 해산물 건더기는 없는데 국물에 해산물 향이 배어 있다.


아들 1982년 출시 당시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는데, 요즘 디자인이라고 해도 어색함이 없다. 라면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삼양 제품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맛이다. 오리지널 삼양라면에 깊은 해산물의 맛이 첨가된 느낌이다. 면은 요즘 삼양라면보다 조금 더 얇다.


팔도라면 참깨



총내용량 115g 열량 495kcal 가격 약 7백원


아버지 팔도에서 1983년에 참깨 라면을 만든 걸 이제 알았다. 참깨 향이 고소하고 면발은 통통하다. 국물은 매콤하기보다는 담백한 감칠맛이 돈다. 밥을 말아먹으면 국물 맛을 더 잘 즐길 수 있을 듯싶다.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 좋겠다.


아들 40세가 되는 진정한 레트로 라면. 고소한 향이 나는 참깨 후첨분말의 양이 많고 그 사이로 달걀 건더기도 조금 보인다. 통통한 면의 식감이 좋지만 두꺼운 면은 빨리 불기도 한다. 꼬들꼬들한 면발을 좋아한다면 표기 조리 시간보다 30분쯤 덜 끓여야 한다.


삼양 이백냥라면



총내용량 107g 열량 450kcal 가격 약 4백원


아버지 예전에는 이름 그대로 가격이 200원이었다. 국민학교 다니던 동생이 가끔 용돈으로 이백냥라면을 사온 기억이 있다. 라면 하나 제대로 끓이지 못하는 어린 동생 나이도 벌써 50대에 가깝다. 다시 나온 이백냥라면의 맛은 그때와 달리 평범하게 느껴진다.


아들 2020년 돌아온 이백냥라면은 이름과 달리 200원은 아니지만 요즘 나오는 다른 라면보다는 저렴하다. 끓는 물에 라면수프를 넣으면 매콤한 향이 퍼지지만 막상 먹으면 별로 얼큰하지 않다. 매운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도 괜찮을 정도로.


괄도 네넴띤



총내용량 130g 열량 530kcal 가격 9백원


아버지 네넴띤이 뭔지 한참 생각했다.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의 그 비빔면이다. 패키지 디자인도 그때 그 레트로다. 그런데 맛은 조금 변한 것 같다. 전보다 더 맵다. 길게 늘어지는 특유의 면발이 소스의 매콤한 맛을 더 잘 머금는 듯하다.


아들팔도 비빔면의 글자 모양을 본떠괄도 네넴띤이라는 이름을 붙인 아이디어를 칭찬하고 싶다. 이름만 바꿨는데 21세기 인싸가 된 느낌이다. 특유의 매콤달콤한 맛 중 매콤한 맛이 더 강해졌다. 매운 걸 잘 못 먹는다면 먹기 전 입안을 달랠 음료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


농심 도토리쫄쫄면



총내용량 140g 열량 550kcal 가격 15백원


아버지 20년 전 TV 광고에 보이던도토리 비빔면이 리뉴얼되었다고 한다. 맛은 기대 이상이다. 새콤하지만 그리 자극적이지 않고, 면발도 다른 라면에 비해 쫄깃하다. 너구리와 신라면 사이쯤.


아들 귀여운 것에 열광하는 우리 세대에게는 도토리쫄쫄면이라는 이름부터 매력적이다. 이름처럼 패키지 안에는 깜찍한 도토리 모양 어묵도 들어있고, 면발 색도 도토리 함유를 증명하듯 갈색이다. 덜 자극적인 소스와 쫄깃한 면발의 조화가 만족스럽다.


농심 해피라면



총내용량 106g 열량 455kcal 가격 7백원


아버지 예전 라면 면발이 훨씬 꼬불꼬불하다고 생각했다. 라면 생김새가 익숙지 않아서 그렇게 느꼈던 걸까. 추억의 해피라면 면발도 이제는 평범해 보인다. 맛은 안성탕면과 신라면 사이같다.


아들 포장지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아기 천사 그림에서부터 레트로 감성이 느껴진다. 끓여보니 면발은 컵라면처럼 가늘고 건더기는 많지 않다. 풍성한 건더기를 원한다면 파나 달걀을 따로 넣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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